‘회색빛 빌딩, 회색빛 하늘, 회색빛 사람들‘This Is the City Life’라고 읊조리는 노래‘도시인’의 가사가 그려지는 듯한 영화의 시작이다. 그것에 한발 더 나아가 사람들은 모두가 똑같은 작업복을 입고, 하나의 공장 부품처럼 같은 일들을 반복한다. 서로에게 관심도 없고, 작업을 하기 위한 눈만이 필요할 뿐 입도, 귀도, 코도 다른 오감들은 필요치 않다. 하지만 아직 이곳에는 눈 하나만으로도 서로를 알아보고, 교감할 수 있는 희망이 존재한다. 디지털 컷아웃 애니메이션 기법을 활용한 이 영화에서는 배경과 인물을 분리시켜 익명화된 도시의 분위기와 그 안에서도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대비시켜준다. 또한 묵직하게 받쳐주는 베이스의 선율과 그 위를 유영하듯 어우러지는 기타선율이 이 영화의 기법뿐 아니라 결말과도 잘 맞아떨어져 눈과 귀를 즐겁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