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 오브 블러드>는 미국과 영국의 모델을 전유하고 모방하여 하나의 시스템을 구축한 이탈리아 공포영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에드가 앨런 포의 작품이 원작이라고 밝힌 크레딧은 거짓이며, 영화의 플롯은 진위가 의심스러운 포의 영국 여행을 담고 있다. <캐슬 오브 블러드>는 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로저 코먼의 영화들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으로, 특히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공간을 탐색하는 카메라의 불안한 움직임을 강조하고 있다. 감독 안토니오 마르게리티는 온갖 대중적 장르 영화의 대가로, 안소니 M. 도슨이라는 그럴싸한 가명 뒤에 숨어 가짜 영국산 (혹은 가짜 미국산) 공포영화 <캐슬 오브 블러드>를 만들었다. <캐슬 오브 블러드>는 내기 때문에 유령 들린 성에서 밤을 지새게 된 한 신문기자가 그곳에서 여러 유령들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유령들은 인간의 시뮬라크라이며, 이들의 행동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시뮬라크라이자 의식(ritual)이며 반복이다. <캐슬 오브 블러드>는 빼어난 고딕 공포영화이면서 저널리즘의 비극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사건의 관찰자이자 기록자의 역할을 맡은 자가 처음에는 이러한 역할이 요구하는 초연한 거리두기의 태도로 인해 고뇌하다가, 결국 자신의 관찰 대상들에게 위협을 받게 된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영화 속 유령 여주인공은 살아있는 인간인 자신의 연인에게“나는 사랑을 할 때에만 살아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 확언을 통해 우리는 마르게리티 영화의 핵심에 다가갈 수 있다. 마르게리티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보다 강렬함이며, 그는 핍진성의 법칙을 깨뜨리는 수단을 동원해서까지 이를 얻고자 한다. 그에게는 모든 영화가 SF이며, (그가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듯) 그에게 SF란“과학이나 기계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광기이자 완전히 자유로운 상상력”이다. 줌과 여러 대의 카메라, 핸드헬드 숏, 지나치게 밝거나 어두운 구역들로 특징지어지는 조명 설계 등 마르게리티의 시각적 스타일은 끊임없이 최대치의 강렬함을 추구하는 행위이다.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 어느 순간에라도 금방 나타날 채비를 하고 있는 <캐슬 오브 블러드>는 마치 영화 자체가 무너져버릴 것만 같은 극도의 불안정성을 간직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