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쿠로프는 엘레지라는 제목의 일련의 연작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러시아 엘레지>는 1985년부터 시작한 일곱 편의 엘레지 (<엘레지>, <모스크바 엘레지>, <소비에트 엘레지>, <페체르스부르크 엘레지>, <단순한 엘레지>, <오리엔탈 엘레지>) 가운데 여섯 번째 작품이다. 이 엘레지들은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대상을 기록하는 대신 자유롭게 구성된 기록필름들 안에서 역사의 흔적들이 안고 있는 기억의 내면으로 들어서서 영혼의 흐름을 끌어내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것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다큐멘터리라기보다는 기록영화 필름들에 대한 소쿠로프의 정신적 성찰일 것이다. <러시아 엘레지>의 최초의 구상은 호스피스 말기 암 환자들을 담으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생각은 점점 발전되어 그의 시선은 죽음에서 삶으로 옮겨진다. 검은 화면 위에 숨 가쁜 소리로 열리는 영화는 죽음에 직면한 사람에서 옮겨가 일상생활 속에서 죽음을 잊어버린 사람들에게로 이동한다. 늙은 여인은 자식 같은 청년에게 죽음의 고통에 대해 성서적인 주석과 자신의 정신적 체험을 곁들여 들려준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제1차 세계 대전 중의 기록영화와 서로 대치한다. 차이코프스키의 소곡을 반복적으로 들려주면서 죽음을 넘어서려는 소쿠로프. 세상에 대한 엘레지의 메시지를 전하는 그의 간절한 소망은, 시적인 방식으로 이데아를 실현하려는 그가 올리는 진혼미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