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을 중심으로 뉴요커의 일상이 감각적인 대사와 영상으로 스쳐 지나간다. 대도시의 밤이 오롯이 담기면서 우연한 만남과 이기적인 사랑, 그리고 청혼의 우발적 과정이 펼쳐진다. 그 가운데 맨해튼을 채우는 다채로운 음악, 그래피티, 술집과 바의 풍경, 드럭과 파티의 장면이 놓여진다.

업타운과 다운타운을 오가며 엇갈리는 하룻밤의 사랑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즐겨 다뤄온 이야기이다. 그런데 <그랜드 스트리트>는 여기에 또 다른 숨을 불어넣는다. 이제 막 탈고한 이야기의 한 페이지처럼 구성된 주인공 카밀라와 에이모의 연속적인 만남은 현실의 삶과 이야기 속의 삶의 경계에 서 있다. 인생이 한 장의 드라마를 닮은 것처럼 어느새 드라마 역시 현실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것이다.

스타일리쉬하게 현실과 허구를 오가는 <그랜드 스트리트>에서 가장 강렬하게 등장하는 것은 뉴욕의 밤풍경이다. 뉴욕의 밤은 욕망이 타오르는 밤인 동시에 이상한 나라에 빠져드는 것과 같은 비현실적인 상황으로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