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몽은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시골 생활은 무료하기만 하다. 아픈 아버지를 돌보는 줄리앙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오랜만에 조우한 둘은 오랜 꿈이었던 유럽일주를 하기로 마음먹고, 무작정 캠핑카를 구입한다. 철없는 두 청년의 좌충우돌 유럽 여행 이야기가 급물살을 타려는 순간, 영화는 관객의 부푼 기대를 철저히 배신한다. 캠핑카가 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고장 나버린 것이다. 전 재산을 차에 투자한 두 남자는 동네에서 막노동을 해 수리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모바일 홈>은 제자리를 맴돌 수 밖에 없는 두 청춘의 고민을 코믹하게 그리는, ‘움직이지 않는’ 로드무비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두 ‘애어른’의 성장을 애잔하게 담은, ‘마음의 여정’이 오롯이 기록된 로드무비다. 시몽와 줄리앙은 캠핑카를 사며 목적지나 목표를 애초에 설정하지 않는다. 심지어 유랑 자체를 염원하지도 않는다. 두 남자에겐 갑갑한 현실에서 도망치고자 하는 대책 없는 탈출 욕구뿐이다. 감독은 이들의 겹겹이 쌓인 사연을 하나씩 풀어내, 삶이 현실에 너무도 깊이 뿌리내린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다. 디지털 노마드 시대에 유효한 메시지를 벨기에의 농촌에서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유하는 고향(모바일 홈)을 제시한다. 늘 마음 한 켠에 과거를 추억하며 사는 현대인을 위한 이 응원가는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에, 실제로 친구인 두 신인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더해져 높은 밀도를 자랑한다. 첫 장편 데뷔작을 완성한 감독 프랑수아 피로는 2007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부문에 상영된 <사유재산>의 각본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