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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의 경관>은 체제의 역사 기획(망각 기획)에 맞서 부산의 몇몇 공간이 품고 있는 대항-기억을 영화적으로 형상화해왔던 오민욱 감독의 신작이다. 고정쇼트를 고수하던 전작들과 달리, 이동쇼트들이 많아진 것이 흥미롭다. 부산과 거창을 오가는 그 이동은, 시간 이동이기도 하다. 고정쇼트들에 대한 미세한 조작을 통해 시간 감각을 형상화하곤 하던 감독이, 이번에는 이동쇼트를 통해 그 감각을 전경화하고 있다. 제 자리에 서서 ‘적막의 경관’을 응시하거나 기념관의 홍보 방송을 경청하는 그 순간들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마음이 담긴 정중동의 순간들이기도 하다. 60년의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되고 있는 어떤 ‘죽음’ 또는 ‘재난’이, 영화라는 매체/영매(medium)를 통해 서로 공명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변성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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