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항공사진 작가 얀 아트후스-베르트랑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의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계 안에서 발생하는 이해할 수 없는 비극의 기원은 무엇인가? 살인, 전쟁, 학살에 관한 증언들, 종교, 인종, 혈육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말들이 뒤를 잇는다. 인류의 증오와 학살은 어디서 기원하는가? 지역과 인종, 신념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사람들의 인터뷰로 구성된 <휴먼>에는 객관적인 취재와 시적인 진술이 공존한다. 정직한 기록과 은유적인 이미지가 교차하면서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했거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목격한 이들의 증언이 초반부를 채운다. 후반부의 어조는 사뭇 다르다. 사랑, 부부, 호모섹슈얼리티, 행복에 관한 이야기들로 테마가 전환되면서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한다. 표제로 쓰이는 ‘휴먼’이라는 단어는 피와 살을 지닌 ‘인간’인 동시에 공포와 절망을 이기는 ‘인간애’를 말하고 있다. 사진의 대가가 연출한 영화답게 경이로운 이미지 촬영술을 선보이는 작품.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