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형제자매인 빅터와 로메오, 코스마, 질다는 아버지 빅터 앙겔레스쿠가 호출한 저녁식사 자리에 모인다. 자애로운 가부장이 주최한 화목한 가족식사로 보였던 이들의 회합은 ´낙태´를 주제로 한 대화가 논쟁을 촉발하면서 목불인견의 드잡이 싸움으로 변한다. 가족 간의 첨예한 의견대립은 아버지의 어두운 과거사를 들추고, 자식들을 둘러싼 비밀의 폭로로 이어진다. 가족 간 분쟁의 근원을 탐구하는데 있어 <앙겔레스쿠 가족>은 세계관의 개인차나 실수로 그것을 치환하지 않고 광기어린 행위의 배후에 놓인 기제들을 탐색한다. 평화로운 가족의 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가는 급전, 그 뒤에 놓인 놀랄만한 비밀은 극적 긴장을 비등점까지 끌어올린다. 법과 제도, 금기의 틀 안에서 인간행동의 변화를 관찰하는 이 이야기는 루마니아의 역사, 문화적 특수성을 넘어 보편적인 주제로 확장한다. 루마니아 뉴웨이브의 일원인 아드리안 시타루의 신작으로, 화면 가득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를 품고 있는 작품이다.(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