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과 종교, 계급, 제도 등의 이슈를 원형적 서사 안으로 밀어 넣은 <코코테>는 일종의 민속지 영화이다. 알베르토는 산토 도밍고 재력가 집에서 정원사로 일하고 있다. 아버지가 살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장례를 치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간 알베르토는 복수를 종용하는 가족들과 충돌한다. 범죄와 폭력, 분노, 복수의 트랙을 따르는 서사는 단순하고 신화적이다. 외견상 장르의 도식을 추종하는 것 같지만 실상은 이와 거리가 멀다. 그 자신의 고향을 배경으로 넬손 카를로 데 로스 산토스 아리아스는 잠복한 폭력과 부패, 계급갈등, 그리고 도미니카 공화국에 공존하는 적대적인 문화의 속살을 들춘다. 알베르토의 누이로 대표되는 전통적 공동체의 신념은 식민 시기 이전의 유물이다. 도시문화를 접한 알베르토는 ‘복수’라는 굴종을 뿌리칠 수 있을 것인가. 시청각 이미지에 대한 정확한 통제를 보여주는 몇몇 장면의 긴장은 숨이 멎을 듯 압도적이다. 라틴 아메리카 영화계에 등장한 독보적 재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