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날’은 나치 독일이 소비에트 연방에 항복한 날이다. 세르게이 로즈니차의 <승리의 날>은 2017년 베를린의 소비에트 전쟁 기념비에서 있었던 승리의 날 기념식에 초점을 맞춘다. 베를린의 트레프타워 공원에 있는 소련 전쟁 기념관과 관련된 사람들의 관찰과 기록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로즈니차의 근작 <아우스터리츠>(2016)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영화는 구조와 접근방식이 유사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있다. <아우스터리츠>가 파시스트 죽음의 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의미를 중화하려 했다면, <승리의 날>은 배너, 깃발, 의상 등 도구를 강조한다. 로즈니차는 엄격한 거리감을 가지고 관찰자의 위치를 유지한다. 먼 곳에서 확대하여 얻은 얼굴들의 평평한 질감은 <오래된 유태인 묘지>(2014)에서 2차 세계대전 기간 나치가 사용했던 리가의 묘지를 시각화한 조각난 이미지와 유사하다. 로즈니차는 관객들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는다. 이러한 접근법은 정치적 성향과 관계없이 동등한 효력을 미친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