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을 연기하다>는 과거의 적들에 의해 연기되어지는 전쟁을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에 관한 에세이 필름이다. 1982년 발발한 마르비나 파크랜드 전쟁에 참전했던 영국과 아르헨티나 군인들이 35년 뒤에 모여 그들의 기억을 토론하고, 재연하고, 실행한다. 4년 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전쟁 후’라는 아트 이벤트에 참가한 사람들을 오브제로 한 설치 전시로, 그리고 영화로까지 진화했다. 아르헨티나의 멀티미디어 예술가 롤라 아리아스는 전쟁에서의 경험들, 이를테면 생존에 대한 의지, 적개심, 공포, 인간애, 화해 등의 감정을 전직 군인들에게 추체험하도록 만든다. 증언자이자 배우로 참여한 이들은 6명. 오디션과 만남, 토론 등 모든 장면은 진실하지만 동시에 인공적이다. 리얼리티와 픽션을 유희적으로 오가는 과정은 처음으로 일어나는 것인 동시에 그들의 기억이라는 점에서 이미 리허설 된 상황이기도 하다. 조슈아 오펜하이머의 <액트 오브 킬링>(2012)처럼 수행적 퍼포먼스에 관한 탐구작업이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