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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속삭임
죽은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여자는 물과 속삭임에 대한 기억을 통해 여러 차원의 언어를 탐험한다. 말하는 법을 배우고, 잊어 버리고 다시 배우는 여정의 끝에서 그는 자신의 목소리와 닮은 존재를 만나 숨결에서 태어나는 언어를 목격한다.
물속에서는 속삭일 수 없다. 하지만 언어라는 건 꼭 입으로 발화해야만 의미가 전달되는 게 아니다.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진공’ 상태에서도 여러 형태를 통해 의미를 주고받을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언어의 범위를 확장하고 재창조할 수 있다. 그게 바로 언어의 특수성이다. 영화는 두 개의 촛불 사이에 놓인 영정사진을 비추며 여성의 목소리로 이렇게 얘기한다. “나는 죽은 사람들과 이야기한다.” 여성의 목소리는 이 사회에서 억압과 차별로 지워지는 경우가 많다. 대신 또 다른 형태의 언어로 남아 연대의 목소리를 이어간다. 그것은 경계를 깨고 다차원으로 확장하는 언어의 탐험이다. 영화 속 화자는 물과 속삭임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발화할 수 없는 영역에서 언어의 또 다른 가능성을 실험한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언어를 통해 맞닥뜨리는 건 확장한 복수의 나, 그러니까, ‘우리’의 형태다. 그 안에는 억압과 차별 대신 이해와 공감이 자리한다. 아니, 화자는 자리하기를 바란다. 그런 바람이 제의의 형태로 이 영화 속에서 속삭인다. (허남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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