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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물질
영화가 블랙박스를 빠져나갈수록, 극장에서의 체험이 물질적인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나는 영화를 만들어 그 물성을 재연하려 한다. 스크린 앞에 앉아 스스로의 몸을 지워 내던 감각을 소환하면서. 그러나 이 시도는 계속해서 이상한 상실에 부딪힌다. 무언가를 형상화할수록 그것을 잃고 마는 여정. 극장 바깥으로 나온 스크린의 유령들은 빛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는다.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망원경을 보는 자세를 취하고 바다 너머를 응시하다 돌아서 돌에 대고 무언가를 중얼거린다. 그러자 주변의 틈에서 다른 여자가 생겨난다. 대관절 무슨 의미일까. 실은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꾼 꿈이다. 자신도 무슨 의미인 줄 정확히 모르겠다. <몸과 물질>의 영문 제목은 ‘Frame and Matter’, 즉 ‘(영화의) 프레임과 물질’이다. 영화는 종종 꿈을 형상화하는 매체로 설명되고는 한다. 그러니까, 꿈이라면 잘 설명되지 않는 걸 부러 설명하는 매체다. 그럴 때 모호하고 형이상학적인 이미자와 이야기는 제거되곤 하는데 그래서 어떤 영화는 ‘물질’에 가깝다. 사실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은 체험을 기본 원리로 한다. 스크린에 투영된 이미지와 사운드가 관객을 반응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몸과 물질>은 그 전달 과정을 실험적인 이미지로 제시하여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극장에서 잃은 감각을 깨우고 체험하게 한다. 특히 극장 외의 다양한 ‘프레임’에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된 지금 영화란 무엇인가, 를 다시금 질문한다. (허남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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