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더카머 10.0
미래의 한 가상 도시. 보다 안정적이고 빠른 자율주행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운영 체제 ‘분더카머 10.0(Wunderkammer 10.0)’은 지도 데이터를 크롤링해 스스로 학습한다. 특정 타임라인 내의 데이터에만 한정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맞닥뜨린 분더카머는 인터넷에서 오래전 만료된 여행 블로그를 발견한다.
미래 도시의 자율주행 운영 체계인 ‘분더카머’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폐허가 된 건물을 발견한다. 주춧돌만이 남은 폐허는 공간의 용도를 파악할 수 없을 만큼 손상되어 있고, 인터넷 이미지를 배회하던 분더카머는 버려진 블로그를 마주한다. 회화와 사진과 영상이 남겨진 블로그는 미래 도시의 자동화된 논리와 충돌하기 시작한다. 사변적 SF의 틀 안에서 변모하는 이미지의 조건을 검토하는 <분더카머 10.0>은 사라진 대상과 흔적을 탐색하는 탐정의 영화이자 영화가 없는 세계에서 영화의 윤곽을 되찾는, 이미지에 관한 매체학적 탐구다. [김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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