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갓 졸업한 예쯔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줄곧 혼자 살고 있는 할머니 집으로 와 여름을 함께 보낸다. 예쯔는 할머니가 치매가 아닌가 의심하고 있고, 할머니는 예쯔에게 몽유병이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이 공유하는 일상 공간은 어느새 할머니의 기억과 꿈, 예쯔의 환상 등이 뒤섞인 초현실적인 공간으로 변해간다. 영화는 예쯔를 따라가며 그가 직면하는 가족사의 일면들,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추억, 사후세계, 신화, 환생 등의 테마를 밀도 높게 전달한다. 비선형적인 내러티브는 예쯔가 느끼는 혼란에 대해 감정적으로 동요할 수 있게 만들며, 공간에 대한 일상적 표현은 과거와 현재를 경계 짓는 시간의 감각을 무력화한다.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소설 『버진 블루』(1997)에 느슨하게 기대고 있는 감각적인 영화다. [박진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