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제임스 베닝은 벳 고든 감독과 함께 <미국 The United States of America>이라는 27분 길이의 단편을 만들었다. 당시 관객은 차 뒷자리에 착석한 시점에서 미국을 여행했었다. 거의 50년이 지난 지금 베닝은 같은 제목으로,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고정된 샷으로 움직임이 없는 카메라는 알파벳 순서로 정렬된 미국의 각기 다른 장소를 바라본다. 늘 그랬듯이 베닝의 영화는 영화적 순간과 현재를 연결할 뿐만 아니라 우리를 시각적인 사색의 순간으로 이끌고, 추상적인 생각이 자유로이 피어나도록 만든다. 그의 영화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시청각적 폭격을 해독하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이다. [문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