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현실이 있다면 다큐멘터리 <그대라는기억> 속 노부부의 경우가 그에 해당할 것이다. 아내는 치매에 걸렸다. 말도 못하고 행동은 어린아이 같은 데다 다른 이의 말을 잘 따르지 않는 아내지만 남편과 함께 있을 때면 행복하고 편안한 표정을 짓는다. 남편의 헌신이 전제된 것이지만, 그나마 평화롭던 나날은 남편이 치명적인 질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으면서 당장 무너질 위기에 처한다. 남편은 자신이 먼저 세상을 뜨고 나면 아내가 어떻게 될지 걱정하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위험한 수술을 앞둔 남편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여행을 통해 아내와 행복한 기억을 남기고 싶어 한다. 누군가 만들어냈다면 과하다는 말을 들을 법한 아내와 남편의 이야기는 일정한 거리감을 둔 객관적인 연출 태도 덕에 큰 과장 없이 다가오지만, 밀려오는 슬픔을 막을 길은 없다.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