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 멩키스의 필모그래피는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그의 몇몇 작품이 디지털로 복원되면서 독립영화와 페미니즘 시네마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세뇌된 시선>은 비평가이자 이론가인 로라 멀비가 만든 ‘남성 시선(male gaze)’이라는 표현을 출발점 삼아 영화에서 여성이 어떻게 묘사되는지에 관한 리포트를 구성하고 있다. 고전부터 최신 영화까지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 감독의 시선으로 그려진 영화 속 장면들을 기술적으로 분석해 나간다. 모든 훌륭한 가르침이 그렇하듯 멩키스는 관객을 새로운 시점으로 이끄는데, 이를 통해 우리가 보는 것과 그것을 인식하는 방법을 재고하도록 만든다. 예술이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런 방식의 영화 읽기가 반드시 필요하고, 이 다큐멘터리에서 멩키스는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문성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