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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은 삶이라는 거대한 미스터리에서 출발한다. 장르의 구조와 장치를 취해서가 아니라 영화가 인식하는 세계의 상태와 작동의 원리 그 자체가 의문투성이다. 그렇기에 존재의 유무,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현실과 가상, 픽션과 논픽션과 같은 이분의 경계는 이 세계를 이해하는 데 방해될 뿐이다. <버닝>은 그저 종수의 의식의 흐름에 올라타라 한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아버지가 남긴 파주의 낡은 집을 지키며, 자기만의 소설을 쓰려는 종수. 친구 해미와의 재회가 불씨가 됐을까. 해미가 소개한 의문의 남자 벤이 불쏘시개가 됐을까. 비밀스러운 해미와 벤 사이에서 종수는 질투심과 열패감, 불안과 좌절, 의문과 자기 확신의 정념에 휩싸이더니 급기야 돌이킬 수 없는 일까지 벌이고 만다. 절멸 혹은 절연인가. <버닝>이 멈춰선 그곳이야말로 감독이 바라보는 세계의 잠정적 지경일 것이다. [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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