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샤오슈아이 감독의 <호텔>은 코로나를 끌어안은 채 만들어진 영화다. 실제로 감독이 2020년 춘절 휴가차 태국 치앙마이 호텔에 있던 시절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됐는데, 그는 오히려 이를 활용해 영화 제작을 기획했다. 이 영화는 코로나라는 외적 환경을 이야기의 중심 요소로 활용함과 동시에 그 안에서 삶의 비극적 아이러니와 인간의 비루한 존재 조건을 보여준다. 주인공인 젊은 여성 소바를 비롯해 그녀의 엄마, 우한 출신의 중년 부부, 홍콩 출신 유명 화가, 맹인 중년 남자와 그를 돌보는 태국 청년 등 등장 인물들은 코로나라는 보이지 않는 외부의 적에 시달리는 가운데 내부적으로도 서로 불화를 일으키게 된다. 즉석에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음에도 <호텔>이 상당한 완성도를 보이는 것은 장위엔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인 아내 닝 다이, 그리고 이들 부부의 딸이자 닝 위안위안(소바 역할) 등이 당시 호텔에 함께 체류했기 때문이다. 지극히 제한된 환경에서 만들어진 덕분에 오히려 왕 샤오슈아이 감독의 과거 독립영화 시절 미덕이 엿보인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