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전도
수집, 보존, 그리고 기록이라는 목적을 위해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 존재하던 수많은 얼굴들이 한 공간에 빽빽하게 모이곤 한다. 그중에는 일제강점기 체격 측정을 위해 촬영된 한국인의 사진들과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머리가 잘린 불상들이 있다. 현재 남아있는 한국화 중에서 유일하게 도깨비의 모습을 담은 소치 허련의 그림 「귀화전도」(1869)의 도깨비불이 길을 잃은 얼굴들을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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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뤽 고다르는 영화를 ‘밤의 박물관’에 비유했다. 박물관은 예술과 역사와 매체에 새겨진 권력관계가 복잡하게 길항하는 장소이며 영화가 탄생할 수 있던 도둑질의 장소이기도 하다. <귀화전도>는 살아 움직이는 도깨비불의 안내를 따라, 목 잘린 불상과 익명으로 기록된 조선인들의 신체/초상 사진으로 채워진 가상의 박물관을 항해한다. 사진과 조각과 회화는 각각의 표면에 해결되지 않은 역사와 일어나지 않은 상상을 새겨둔다. 영화의 스크린은 이처럼 사라진 흔적을 간직하고, 현실로 옮길 수 없는 픽션을 형상화하는 유령적 박물관학(museology)의 장소다. (김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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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in Jinsoo KIM⎜justinjinsookimart@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