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행성
태양은 왜행성처럼 겉도는 삶을 살아간다. 집을 나간 아빠와 그로 인해 우울증에 걸린 엄마의 히스테리를 이기지 못해 따라 나간 형을 대신해 태양은 부모가 지어준 이름처럼 집에서 아빠와 엄마, 아들의 역할을 감당한다. 거짓으로 형이 신발을 사줬다며 엄마에게 선물하는 태양과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엄마. 집으로 돌아온 태양은 형이 사준 거라 믿는 신발을 소중하게 신고 죽어있는 엄마의 시체를 발견하고는 시체를 두고 짐을 싸서 집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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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행성>은 많은 문 앞에 서지만 자유로운 바깥이 주어지지 않는 인물을 비추면서, 어둠과 환승의 장소로서의 집을 그린다. 아픈 어머니와 사는 태양에게는 진정한 방이 없다. 단칸방은 어머니가 늘 누워 있는 자리이며, 소년은 그 방 앞에 서서 밥을 먹는다. 어떤 상실 앞에서도 감정의 표출 없이 발걸음을 옮기는 소년을 보면서 도리어 그의 마음을 상상하게 만드는 쓸쓸한 이야기다. 특히 이 슬픔을 견인하는 것은 얼굴의 모든 힘을 뺀 듯한 태양의 (무)표정이다. 영화는 역설적이게도 이것을 가장 생생한 이미지로 각인한다. (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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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Hocheol⎜hclee3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