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마법처럼 황홀하고 그림 같은 이 영화에서 한 소년이 시의 힘을 발견한다. 후난의 시골에서 꿈과 가족에게 처한 모진 현실에 둘러싸여 자란 소년이 어린 시절을 지나 현실과 마주하게 되는 모습을 통해 순수함의 상실을 담은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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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난성 산골 마을에서 살아가는 소년 공유빈은 조부모, 아버지와 함께 살아간다. 아버지는 사고로 한쪽 팔을 잃었고 엄마는 집을 나갔다. 어른들은 유빈이 그들과 다른 미래를 살기 원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 생활을 잘 해야 한다고 믿는다. 유빈의 학교에서는 시를 통해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다큐멘터리 <시인의 마음>은 이 학교 아이들이 쓴 시를 바탕으로 유빈이 소년에서 청소년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감독은 수년 동안 이 산골을 방문해 유빈의 모습을 담아내는데,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유빈의 내면은 “바람이 바다를 쓸어내려/ 세상을 풍요롭게 하고/ 그곳에 남은 것은 빈 공간뿐”('조용한 바람', 공유빈) 같은 시 구절을 통해 보다 선명히 드러난다. <시인의 마음>은 인물들의 대화 보다는 거대한 자연이 자아내는 침묵을 주로 보여주고, 그 자연의 일부인 듯 살아가는 사람들을 풍경처럼 기록한다. 또 어린 시인들이 이야기하는 외로움과 적적함은 그 풍경을 배경으로 한 액자처럼 보여준다. 아무 생각 없이 들판에서 놀던 유빈이 늙은 조부모, 장애인 아버지와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일을 하는 영화 후반부는 묘한 비애감을 만든다. 올해 3월 코펜하겐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제 CPH:DOX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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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더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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