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의 쓰라린 혼돈과 상처는 영화의 세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주되어 온 것 가운데 하나이다. 래리 클락의 <키즈> 역시 그 세계를 향한 무정한 그러나 과격한 보고서를 제출한다. 사진작가였던 감독의 전력을 드러내듯 끈덕지게 현실임을 상기시키는 무뚝뚝한 프레임 속에 하층계급 출신 10대 들의 하루를 포착한다. 성 체험이 없는 소녀를 정복하는 것을 자랑으로 아는 "숫처녀 해결사" 텔리 주변엔 하릴없이 빈둥대는 소년들이 있다. 그 아이들의 관심사는 또래 여자아이들과의 무의미한 성적인 장난과 폭력 그리고 알코올뿐이다. 제니는 텔 리가 정복한 그러나 곧 흥미를 잃고 버린 많은 여자아이들 가운데 하나이다. 친구들과 성에 관한 수다를 떨다 제니는 우연히 친구와 함께 에이즈 검진을 받게 되고, 바람둥이 친구는 멀쩡한데 ´딱 한번´ 섹스를 나눈 제니는 에이즈에 감염되었다는 충격적인 결과를 통보 받는다. 단 하루 만에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진 제니는 이제 텔리를 찾아 거리를 헤맨다. 시네마베리테 스타일을 빌려 쓰며 감상의 가감 없이 10대의 현실을 악착같이 응시하도록 강요하는 이 난폭한 영화는 그러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어른 관객들의 분노를 자아내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키즈>의 비범한 냉정한 관찰 그리고 모호한 시적인 서정은 19살의 소년 하모니 코린이 쓴 시나리오의 위력 덕택이기도 하다. 그는 후일 <검모>와 <줄리안 동키 보이>를 감독하며 퍽큐 시네마로 알려지는 새로운 영화의 전위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