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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명의 예심 심사위원이 한국단편경쟁 부문에 소개될 25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올해는 연애, 그리고 가족 관계의 이면을 엿보는 주제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내밀하고 독점적인 관계가 불러일으키는 긴장과 불협화음이 그 자체로 영화에 매혹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거나, 이미지와 긴밀히 조응하며 감응을 불러일으켰다. 연인과 부부의 고난,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 결렬되고 이별한 사람들을 중심에 놓은 한국단편경쟁 부문 선정작들은 모두 과잉과 혐오에 함몰되지 않은 채 연결, 그리고 유대를 향한 새로운 가능성을 담담히 제시한 작품들이다. 이들 중에는 신선한 착상, 세련된 감수성, 유려한 촬영 등으로 높은 완결성에 감탄하게 만든 작품이 있는가 하면, 불균질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거부하기 힘든 정감과 사랑스러움으로 마음을 낚아챈 작품도 있었다.

동시에 창작자들은 팬데믹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도 공고해진 접촉의 제한, 외부 세계의 울타리를 의식하고 이를 감각적으로 소화했으며, 이를 통해 익숙한 공간은 영화적으로 때로는 섬뜩하게 때로는 기분 좋게 해체되었다. 실내극이 증가한 만큼 공간 묘사 기법의 참신성과 시각적 독창성이 두드러졌고, 인간 심리를 파고드는 사유의 깊이 또한 더해졌다. 당연한 풍경을 낯설게 바라보려는 새로운 노력의 일환으로서 도시와 자연 공간을 산책, 모험, 배회, 추적하는 걸음걸이 또한 돋보였다. 자유로운 로드무비, 환상성을 품은 로컬영화를 비롯해 주인공의 대화를 중심에 둔 채 공간의 빛과 날씨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담아낸 장면들도 인상적이었다.

매끈하게 조직된 서사와 이미지가 범람하는 속에서 이 흐름에 균열을 내는 일군의 실험영화들도 눈에 띈다. 화자, 데이터, 프레임 등 이미지의 매개로서 기능하는 요소를 과감히 분할해 화면의 긴장을 유도하는 이들 작품은, 극장 없는 영화의 시대에 작가들이 품은 미학적 포부를 보여준다. 한편 문제의식과 집요한 취재가 돋보이는 다큐멘터리가 부재한 가운데 에세이 필름에 가까운 일부 다큐멘터리들도 흥미로운 논의를 끌어냈다.

2022년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부문의 영화들을 통해 이 낯설고 끈질긴 단편영화의 운명을 관객 여러분들도 직접 마주해 보길 바란다. 결속과 해체를 그리면서도 자기 앞의 세계를 응시하는 올해의 영화들이 분명 담담한 용기를 나눠줄 것이다.

글_한국단편경쟁 예심위원 김병규, 김소미, 손시내, 이재은, 임지선, 진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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