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는 독립적이고 도발적인, 새로운 시선을 드러내는 영화를 오랫동안 지지해왔다. 영화보다 낯선 섹션이 이 같은 맥락에서 형식적인 실험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프론트라인은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다 과감하고 도전적인 시도를 하는 작품들로 구성된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2편이 늘어난 총 12편의 작품을 소개해 더욱 다양한 주제를 전한다.
크리스토프 코녜의 <그들이 서 있던 곳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수용소에 수감된 유대인들이 자신들의 모습과 수용소의 풍경을 담은 사진을 기록으로 남겼다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을 알리는 다큐멘터리다. 이들이 직접 남긴 사진들을 통해 당시의 비참했던 역사를 돌아보게 만든다. 한편 다큐멘터리 감독 크리스틴 초이가 1989년 촬영을 시작한 뒤 미완으로 남은 프로젝트를 벤 클라인, 바이올렛 콜럼버스 두 감독이 다시 끌어와 만든 <천안문의 망명자들>은 중국 천안문 사건으로 추방당한 세 명의 반체제 인사를 추적한다. 올해 프론트라인은 중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유독 많다. 중국 상하이에서 가장 큰 병원인 제6 인민병원과 그 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H6: 제6 인민병원>, 한 자녀 정책으로 인해 버려진 딸이 살아남아 부모에게 자신을 받아줄 것을 요구하는, 중국의 비극적인 현실을 그린 <내 동생에 관한 모든 것> 등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다루는 영화가 3편에 이른다.
프론트라인에서 주요하게 다뤄온 팔레스타인의 상황을 담은 <지옥의 드라이버>도 소개된다. 이스라엘 점령지에서 불법으로 일하는 팔레스타인 노동자를 역시 불법으로 매일 실어 나르는 운전자들의 처절한 삶의 현장을 담고 있는 영화다. <리틀 팔레스타인, 포위된 나날들> 역시 고립되고 비참한 일상을 보내는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모습을 기록한 작품이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면에서 전장을 바라본 작품도 있다. AI 로봇과 함께 이라크 모술과 시리아 라카와 같은 분쟁 지역은 물론 노란 조끼 시위가 한창인 프랑스 파리까지 누비며 인간의 본성과 인류의 미래에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인 작품 <전장의 A.I.>가 그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더욱 조명받고 있는 우버, 딜리버루, 아마존 등의 플랫폼에서 일하는 이들의 그늘을 들여다보는 <플랫폼 노동의 습격>도 우리에게 생각할거리를 던진다.
올해는 프론트라인 섹션에 어울리는 극영화로는 21세기에 태어난 젊은 세대들의 이야기를 다룬 <누가 우릴 막으리>와 UFO를 탐구하는 모임을 둘러싸고 발생한 실종 사건을 다룬 <성령의 이름으로>라는 2편의 스페인영화와 브라질 작품 <불타는 마른 땅>, 그리고 르완다와 미국이 공동 제작한 영화 <해왕성 로맨스>까지 때로는 급진적이고 때로는 거칠고 날것의 느낌을 주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글_전진수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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