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이 되면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4·16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꽃 같은 목숨들은 아직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한국영화가 다뤄야 할 테마다. 다큐멘터리 <진도>는 진도라는 장소를 매개로 세월호 참사를 그린다. 이 영화는 진도가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온 마음으로 품을 수 있었던 배경을 다층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올해에도 뛰어난 다큐멘터리들이 많은데, <마이 플레이스>(2013)를 만들었던 박문칠 감독의 신작 <보드랍게>는 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의 삶을 다양한 형식을 통해 입체적으로 재구성한다. 그의 굴곡진 인생은 한 사람을 완전체로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보라보라>는 지난해 노동운동과 여성운동계의 뜨거운 이슈였던 고속도로 톨게이트 요금 수납 노동자들의 정규직 쟁취 투쟁을 생생하게 담았다. 또 미국 다큐멘터리 감독 매튜 코슈몰은 <아버지의 땅>에서 일제 강점기 강제 노역 문제와 독도 문제를 조명한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일본뿐 아니라 한국 정부의 문제까지 짚어내는 시선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UFO 스케치>는 과학적 관점에서 UFO를 연구하는 맹성렬 교수를 중심으로 외계 존재를 믿고 그들의 자취를 추적하는 사람들의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는 독특한 다큐멘터리다.
낯익은 감독들의 복귀작도 흥미롭다. 여균동 감독은 전작 <예수보다 낯선>(2018)에 이어 <저승보다 낯선>을 만들었다. 영화의 대부분이 두 명의 배우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뿐인데도 지루할 틈이 없다. 거의 매년 전주를 찾는 고봉수 감독도 신작 <근본주의자>로 컴백한다. 진정한 사랑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한 남성의 이야기다. <평범한 날들>(2010) 등의 이난 감독도 미스터리 스릴러 <테우리>를 만들었다. 권위주의적 권력이 지배하던 시절의 우울한 과거사를 그린다. 신수원 감독과 이동은 감독의 신작은 단편이다. 신수원 감독의 <춤,바람>은 한 여성이 ‘바람’을 만나 어깨의 무게를 덜게 된다는 이야기이고, 이동은 감독의 <포스트 잇!>은 ‘포스트잇’이 발휘한 마술 같은 세계를 알게 되는 두 아이에 관한 영화다.
낯익은 배우들도 전주를 찾는다. 김명곤과 차유경이 출연하는 <늙은 부부이야기>는 동명의 연극을 무대 위 공연 그대로 담아낸 영화로, 수십 년 동안 살가운 애정을 나누는 한 부부의 삶을 감동적으로 묘사했다. 배우 최무성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단편영화 <휴가>는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린 작품이다. 한편, 남궁선 감독은 장편 데뷔작 <십개월>과 단편영화 <여담들>이 동시에 초청된 주인공이다. <십개월>이 한 여성이 임신 사실을 알게 된 뒤부터 출산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때론 정색하고 때론 재미있게 그려내는 반면, <여담들>은 매우 실험적인 영화다.
글_문석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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