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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X전주국제영화제] 저항은 언제나 가능하다
2021-05-08 10:00:00Hits 360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저항은 언제나 가능하다
: <저항의 풍경> 마르타 포피보다 감독


소냐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레지스탕스 운동을 이끈 지도자이자 유고슬라비아 최초의 여성 빨치산(파르티잔) 중 한 명이자 반파시스트 운동가다. <저항의 풍경>은 죽음의 문턱에서도 저항의 끈을 놓치지 않았던 소냐의 기억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하지만 이 영화는 소냐의 전기영화도, 레지스탕스 역사물도 아니다. 소냐의 인터뷰 영상, 뉴스 푸티지 영상, 레지스탕스 운동이 일어났던 공간의 현재 풍경 등 여러 이미지를 재구성해 과거와 현재의 연결을 시도한다. 이 영화로 국제경쟁 부문에서 작품상을 받은 마르타 포피보다 감독은 “좋은 영화가 모이는 전주에서 상을 받게 돼 영광이고 기쁘다”며 "저항은 언제나 가능하다는 영화의 메시지를 널리 알리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마르타 포피보다 감독


소냐를 어떻게 알게 됐나.
오랫동안 협업했고, 이번 영화의 각본을 함께 쓴 작가 안나 부야노비치를 통해 소냐의 삶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러면서 그녀의 이야기를 좀 더 알고 싶었다.


그녀의 어떤 점에 매료됐나.
소냐가 살아온 삶이나 사회적 배경이 스토리텔링으로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안나 부야노비치 또한 소냐의 일생이 언어적으로도 힘이 있다고 했다. 특히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이미지가 떠올랐고, 그것들을 카메라에 담아내고 싶었다. 무엇보다 소냐가 들려준 이야기 중에서 ‘저항은 언제나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영화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오랫동안 반파시스트 운동을 이끌고, 그와 관련된 정치 활동을 통해 시스템에 저항하는 모습은 오늘날에도 실현할 수 있는 가치라고 생각했다.


레지스탕스 역사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남성보다 제대로 조명되지 않는 현실이지 않나. 그것도 영화를 만드는 데 영향을 끼쳤나.
말씀대로 이 영화는 여성이 경험했고, 또 기억하는 저항이 중요한 서사라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도 그렇듯이 유고슬라비아 또한 남성 중심적 역사나 서사를 가지고 있는데 이 영화는 소냐 뿐만 아니라 다른 여성들이 전쟁에서 어떤 경험을 겪었는지, 또 어떤 일상을 보냈는지 카메라에 촘촘하게 기록하고 싶었다. 단순히 굵직한 사건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작은 일상들도 함께 담아내고 싶었다.


소냐에게 출연 요청을 했을 때 그녀가 당신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던가.
소냐가 아직 완성된 영화를 보진 못했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원했고, 그래서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드는데 적극 찬성하셨다.


그녀의 삶을 카메라에 담기 전에 소냐의 삶을 포함해 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치 수용소에서 벌어진 레지스탕스 운동, 유고슬라비아의 파시스트 저항 운동 등 여러 역사에 관해 공부하고, 조사했을 것 같다.
매우 많은 자료들을 조사하며 역사적 사실을 영화에 어떤 방식으로 담을지 고민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절대 역사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여성 반파시스트 운동가가 다른 여성들과, 또 세상과 어떻게 연대하며 척박한 환경에서 저항하는 삶을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더불어 나치 같은 파시스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현재 유럽 상황에서 소냐가 과거 겪은 일을 왜 오늘날 이야기하려고 하는가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물론 <저항의 풍경>은 소냐의 기억과 실제 역사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긴장감을 다루긴 하지만, 그것만 아니라 현재와 어떻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 그려내는 게 관건이었다. 사실 이 영화를 시작하기 전에는 소냐가 유고슬라비아 최초의 여성 빨치산이자 반파시스트 운동가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소냐처럼 유고슬라비아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잊히지거나 제대로 조명되지 못한 사람을 뒤늦게라도 새로 기리는 의미도 있는 것 같다.


그 점에서 이 다큐멘터리는 소냐의 과거 이야기와 현재를 연결하는 게 중요한 작업이었을 것 같다. 평소 유럽 사회에서 벌어지는 불합리하거나 불공정한 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인가보다.
영화감독인 동시에 사회적 문제에 관심이 많은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회적 문제들이 벌어지는데 우리가 이에 대해 저항하지 못하게 하거나 우리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사회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과 연대하고,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도 그래서다.


영화는 단순한 소냐라는 여성의 전기영화도, 앞서 말씀하셨듯이 역사물도 아니다. 그녀의 인터뷰 영상, 아카이브 자료, 당시 레지스탕스 운동이 일어났던 장소의 현재 풍경 등 여러 영상이 재구성됐다. 당시 레지스탕스 운동이 일어났던 장소의 현재 풍경을 담아내 나란히 배치한 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기 위한 목적인가.
소냐의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촬영했다. 풍경이라는 이미지를 스토리텔링으로써 강렬한 힘을 표현하고 싶었다. 소냐가 과거 있었던 공간이 현재 어떻게 남아있는지 살펴보며 현재와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동시에 풍경이 역사의 증인으로 해야 할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다. 당시 역사의 소용돌이 한복판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나이를 먹으며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 풍경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과거 겪었던 경험을 환기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그들과 연대하고자 했다.


어쩌면 그것이 당신이 이 영화를 만들고,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한 목적인지도 모른다.
당시 사건을 겪은 노인들에게는 기억을 되살리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젊은 세대들에게는 ‘저항이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나누고 싶다.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소냐라는 여성이 스스로 교육하고, 행동하며 어떻게 험난한 세상을 헤쳐갔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특히 보수적이고 엄격했던 당시 유고슬라비아 사회에서 그녀가 평등한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개인적인 질문도 드리자면 영화감독이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사진 작가로 활동하다가 영상이나 영화에 관심이 커졌다. 지금은 영화감독 뿐만 아니라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영화를 통해서 사회적인 문제와 관련된 목소리를 내고 싶다.


차기작은 무엇인가.
유고슬라비아에 있었던 매스 게임의 변천사를 살펴보는 실험적인 작품이 될 것 같다. 유고슬라비아가 내전을 겪으면서 이 매스 게임이 어떻게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 변화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또, 어린아이들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그려내는 동시에 어른들의 기억을 통해 유고슬라비아가 어떻게 자본주의로 변했는지 다룰 것이다.

글 김성훈·사진 제공 전주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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