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 및 지역공모 선정작 발표!
2020-03-19 16:22:00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이준동)가 ´한국단편경쟁´에 상영될 본선 진출작과 지역공모 선정작을 확정했다.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올해 1월 31일까지 진행된 두 부문의 공모에서 역대 최고 출품작이 접수됐다. 그동안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던 한국단편경쟁에서는 지난해보다 14편 증가한 총 1,040편이 출품되어 역대 최다 편수를 기록했다. 지역공모 역시 지난해 24편에서 올해 47편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단편경쟁에서는 총 25편의 본선 진출작이 선정됐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작 <흩어진 밤>의 김솔 감독, 중앙일보 나원정 기자, 손희정 평론가, 송경원 평론가로 구성된 한국단편경쟁 예심 심사위원의 심사를 거쳐 24편이 확정됐고 여기에 지역공모 심사를 거쳐 <이별유예>가 선정돼 총 25편의 본선 진출이 최종 결정됐다. 이 중 극영화는 18편, 다큐멘터리는 2편이었으며 실험영화는 3편, 애니메이션은 2편이다.

심사위원들은 “올해 한국단편경쟁 출품작들 역시 고른 완성도와 다양한 주제의식으로 풍성한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개인의 일상에서 사회문제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보여주는 영화들 속에서 올해는 특별히 거주, 노인,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이 나왔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영화들이 많았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이며, 그중에서도 영화 속 인물들을 섬세하게 바라본 작품들은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끌었다”고 심사평을 전했다.

올해 뜨거운 관심을 증명한 지역공모는 유순희 시네마테크 시네필 전주 대표, 이시대 감독, 문석 프로그래머가 예심 심사를 맡아 총 5편을 선정했다. 단편 <이별유예>(감독 조혜영), <족욕기>(감독 김혜옥), <탑차>(감독 유준상), <형태>(감독 김휘중)와 장편 <UFO 스케치>(감독 김진욱)가 그것이다. 이 중 한국단편경쟁 진출작 <이별유예>를 제외한 4편은 ‘코리안 시네마’에서 상영된다. 문석 프로그래머는 심사평을 통해 “이번 지역공모에 출품되었던 40편의 단편영화 중 상당수는 흥미와 긴장감을 자아내는 작품들이었다. 7편의 장편영화 또한 수준이 만만치 않았다”고 전하며 “(지역공모 작품들이) 일반 경쟁 작품보다 수준이 낮지 않을까, 지역이라는 명분만 강조하는 작품이 다수를 차지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단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25편의 한국단편경쟁 본선 진출작은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며 영화제 기간 중 대상, 작품상, 심사위원특별상 등 1천만 원 규모의 시상이 진행된다.

한국단편경쟁 심사평

우리가 단편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다양합니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단편영화가 특히 힘 있게 호소하는 지점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펼쳐낸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여기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장 절박한 현안이나 근래에 벌어졌던 가장 충격적인 사안들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은 살아 있는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올해 한국단편경쟁 출품작들 역시 고른 완성도와 다양한 주제의식으로 풍성한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의 일상에서 사회문제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보여주는 영화들 속에서 올해는 특별히 거주, 노인, 장애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영화들이 많았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이며, 그중에서도 영화 속 인물들을 섬세하게 바라본 작품들은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끌었습니다.

올해의 경향은 크게 여성, 사회적 약자와 안전망, 그리고 미디어의 변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우선 올해 한국단편경쟁 출품작들은 여성의 시선이 돋보인 작품이 단연 많았습니다. 어린 소녀부터 초로의 은퇴자까지 연령대, 형편이 다른 여성들, 특히 일하는 여성들의 다양한 사연과 목소리를 어느 해보다 다양하게 들을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다음으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관심 어린 시선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 사회 문제로 대두된 세대, 성별 간의 갈등을 구체적인 개개인에 대한 탐구와 이해를 통해 넘어서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장애를 특수한 상황, 타자의 것으로 인식했던 예년 작품들과 달리 일상적인, 동반자적인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들이 두드러졌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지점입니다.

1,000편이 넘는 작품들 곳곳에 빈곤과 죽음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망가진 관계, 사라진 사회적 안전망, 한 발이라도 잘못 디디면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삶의 조건들은 한국사회의 어두운 일면을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젊은 작가들은 절망과 우울에 머무르는 대신 다음 걸음을 이미 상상하고 있었습니다. 장애, 인종, 성적지향, 가족 형태 등에 있어 새로운 이야기를 윤리적으로 하려는 태도들이 두드러진 것은 때때로 기대하지 않았던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심사위원들은 한국사회가 상상하는 ´인간의 얼굴´이 다양해졌음에 안도했고,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이야기를 발굴해나가는 한국단편 감독들에게 격려와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을 대변하듯 일상적인 소통 창구로 자리 잡은 인스타그램, 트위터 같은 소셜미디어나 유튜브 사용자의 감성, 문제의식을 드러낸 출품작이 많았다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물론 아직까지는 소재적인 흥미에 비해 영화 매체에 적합한 방식의 스토리텔링을 이뤄내지 못해 아쉬운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따라서 미디어의 변화를 단순히 소재로써 활용하지 않고 조금 비틀린 접근으로 새로운 주제의식이 보이는 영화에 점수를 주었습니다. 향후 이러한 소재, 주제의식의 작품들은 계속해서 그 완성도가 진화하며 영화 매체와 새로운 방식의 콜라보를 이뤄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SF의 양적 증가도 증가를 짚을 만한 부분입니다. 실험영화 <다공성 계곡 2: 트릭스터 플롯>은 비주얼적인 새로움뿐 아니라 난민, 이민자에 관한 동시대적 고민을 미래적인 SF의 방식으로 풀어낸 점이 돋보였습니다. 그 밖에도 출산율 저하, 우성인자에 대한 집착, 세계멸망의 공포 등을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으로 다룬 작품들은 올해 유독 두드러졌습니다. 다만 돋보였던 아이디어에 비해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밀어붙여 오히려 공감대를 잃은 작품들이 많았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이 모든 경향을 다시 취합하면 결국 다양성으로 이어집니다. 올해 역시 다양한 소재와 접근방식으로 심사위원들을 놀랍게 한 영화들이 많았습니다.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실험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들은 물론이고 한 가지의 갈래로 분류하기 어려운, 감독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장르의 경계가 모호한, 그래서 더 신선한 작품들이 우리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에 부응해 심사위원들 또한 기술적인 만듦새보다는 독창성과 신선함에 좀 더 비중을 두었습니다. 그 결과 짧은 시간이라는 단편의 미학 안에서 자신만의 이야기와 스타일이 돋보인 영화, 그것을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충분히 고민했던 흔적들이 보이는 영화들을 소개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에 아쉽게 선정되지 못한 모든 작품들에게도 격려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올해 한국단편경쟁에서 선보일 영화들이 향후 한국영화의 경향을 이끌어갈 변곡점 혹은 신호탄이 되기 충분하리라 믿으며, 뿌듯한 마음을 담아 이 흥미로운 작품들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한국단편경쟁 예심 심사위원 김솔, 나원정, 손희정, 송경원

지역공모 심사평

단편영화의 묘미는 삶의 번쩍이는 순간, 혹은 감독의 깊이있는 생각을 짧은 러닝타임 안에 녹여내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제한된 시간 안에서 영화적 승부수를 띄우는 단편영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한 손을 묶은 채 대결을 펼치는 무사나 눈 감고 활을 쏘는 궁수를 떠올리게 합니다. 이번 지역공모에 출품되었던 40편의 단편영화 중 상당수는 이 같은 흥미와 긴장감을 자아내는 작품들이었습니다. 7편의 장편영화 또한 수준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결국 지역공모 작품을 처음 심사하는 입장에서 가졌던 우려- 일반 경쟁 작품보다 수준이 낮지 않을까, 지역이라는 명분만 강조하는 작품이 다수를 차지하지 않을까 등등- 는 단지 기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번 지역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은 5편이었습니다. 조혜영 감독의 <이별유예>, 김혜옥 감독의 <족욕기>, 유준상 감독의 <탑차>, 김휘중 감독의 <형태>(이상 단편), 그리고 김진욱 감독의 <UFO 스케치>(장편)가 그들입니다. 유일한 장편영화로 선정된 <UFO 스케치>는 UFO의 존재를 믿을 뿐 아니라 UFO 현상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한 대학교수를 중심으로 한국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UFO ‘증언자’들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너무도 진지하게 UFO를 추적하고 기록하며 연구하는 이들의 모습을 담은 이 영화는 단지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이 세계가 얼마나 다양한 관심과 관점으로 이뤄졌는지 또한 새삼 알게 해줍니다.

<이별유예>는 심사위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영화입니다. 집이라는 단초로부터 출발해 감독 자신의 너무 가깝고도 낯선 세계를 들여다보는 이 작품은 사적 다큐멘터리라는 최근의 트렌드 안에 자리하면서도 자신만의 야심 찬 내러티브 전략을 통해 독보적인 성취를 이뤘습니다. <족욕기>는 지역 공동체 영상 실습 프로그램의 일환이면서도 이 같은 영화들의 상투성을 넘어선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한 중년 여성의 내면에 순간적으로 불어온 돌개바람을 잘 포착한 이 영화의 사례는 이후 만들어질 공동체 영화에 모범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탑차>는 가출한 엄마의 뒤를 쫓는 부녀를 이야기 중심에 두는 영화로, 간결한 영화적 표현과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가 돋보였습니다. 흥미로운 결말 또한 인상적이었습니다. <형태>는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끝까지 밀어붙인 감독의 뚝심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특히 이 영화는 현재의 성취 정도 또한 상당하지만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올해 지역공모 심사는 유순희 시네마테크 시네필 전주 대표, 이시대 감독(<사회생활>, <오늘의 중력>)과 함께했습니다. 두 심사위원은 단지 냉정한 잣대로 판단하기보다는 영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살가운 애정을 기반으로 심사에 임해줬습니다. 큰 가르침을 얻었다는 말로 두 분에 대한 고마움을 표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기회에는 성과를 얻지 못했지만 앞으로 영화적으로 무궁한 성취를 이룰 모든 참가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프로그래머 문 석

※ 선정작 리스트는 첨부파일에서 확인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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