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저 멀리 황폐한 바닷가에서 방황하고 있는 두 여자를 바라본다. 두 여자는 서로 질책하고 있는 듯, 위로해 주고 있는 듯 부대끼고 있다. 이 장면에서 흐르는 노래의 가사는 "내 머리는 안개 속 같아, 그녀는 지겨웠고, 또 예뻤어, 악마는 바로 다름 아닌 나인걸"이다. 이 암시적인 첫 장면이 지나고 이야기가 진행되면 첫 장면의 여자들 중 한 명은 남자의 아내이고, 또 한명은 그의 정부라는 것을 이내 알 수 있다. 집에 돌아오면 다정하고 책임감 있는 가장인 미셀은 밖으로 나가면 퇴폐적인 분위기의 정부와 자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등 이중생활을 해오고 있다. 이 영화는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의 대응 구조에 함축되어 있듯, 죽음을 앞둔 노년 남성이 가지는 기존 남성성의 죄의식, 불안, 회한에 대한 알레고리로 읽혀진다. 그래서 장 뤽 고다르의 <경멸>, 루이스 브뉘엘의 <세브린느>, 알프레드 히치콕의 <토파즈>의 명배우 미셀 피콜리가 노년이 되어 남성성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고백하기 위해 메가폰을 잡은 듯한 느낌마저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