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살 때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 <시골 사제의 일기>를 처음 본이래, 그의 작품들은 나에게 매우 중요하게 다가왔다. 그 어떤 감독보다도, 그는 영화의 특수한 본성에 대해 깊이 숙고했고, 그것을 어떻게 감독이 활용할 수 있는가에 대해 탐구했다. 그에 대한 회고전이 자주 열리고 작품들의 절반이 DVD로 출시되어 있는 유럽에서는 그의 작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아시아의 관객들이 그의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는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란 생각을 했다. 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카르트 블랑슈” 섹션에 선보일 작품으로 <당나귀 발타자르>를 선택했다. 왜냐하면, 이 작품은 <아마도 악마가>와 더불어 내가 가장 감명 깊게 본 작품이며, 개인적으로 발타자르가 그의 가장 대표적인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나는 어렸을 때부터 당나귀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