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들을 부려먹기로 유명한 갱단 두목 매키스는 매력적인 외모와 언변으로 숱한 여자들을 홀리는 호색한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그러나 폴리를 유혹한 후로 상황은 복잡해진다. 폴리의 아버지 피첨은 거지들에게 소매치기를 시켜 부를 쌓은 거지 두목인데, 딸 폴리가 몰래 매키스와 결혼하자 자신의 순조로운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그를 감옥에 쳐 넣을 계략을 꾸미는 것이다. 이 영화의 계보를 따져보는 일은 흥미롭다. 1728년 존 게이에 의해 오페라 희곡으로 처음 쓰인 이 작품은 1928년 브레히트와 쿠르트 바일에 의해 <서푼짜리 오페라>로 개작되었으며, 영화로는 이미 1953년 피터 브룩스가 만든 바 있다. 여기 우리가 보게 될 멘젤 판 <거지의 오페라>는 1975년 극작가이자 반체제 지도자였던, 그리고 훗날 체코 대통령이 되는 바출라프 하벨이 개작한 희곡에 기초를 두고 있는데, 이러한 내력의 면면이 말해주듯 이 작품의 중심 주제는 사회의 불평등과 부조리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다. 멘젤 감독은 원작의 문학성을 풍요롭게 간직하는 가운데 그 특유의 비틀린 웃음과 애정 어린 시선을 가미함으로써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영화 도입부를 비롯해 슬랩스틱 무성영화를 연상시키는 리드미컬한 배우 움직임이나 초현실주의적 연극 무대는 멘젤만의 독특한 풍미를 각인시키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