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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리아 시대풍의 고풍스런 정서와 작중 화자를 통한 작가의 개입 등으로 인해 소위 포스트모더니즘 소설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매력적인 소설 『프랑스 중위의 여자』. 이를 통해 작가 존 파울즈가 빅토리아 시대의 소설과 20세기 현대 소설 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대화를 시도했다면, 영화 <프랑스 중위의 여자>는 비루한 현실과 욕망어린 상상 간의 충돌을 보여준다. 존 파울즈가 아이의 아버지이며 자신은 ‘프랑스 중위의 여자’라 믿는 어머니와, 그녀의 뜻에 따라 끝도 없이 문학 작품들을 베껴 쓰는 아들. 양식적인 스타일로 시각화된 이 비현실적인 모자의 관계는 예술가적 삶의 양태에 대한 몇 가지 모티브들을 매개로 표현된다. 또한 영화의 종반부에 이르면, 현실을 부정하는 지적 허영과 욕망의 주체가 자리바꿈을 하고, 글쓰기로 대표되는 예술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곧 남루한 현실을 버텨나가기 위한 생존의 방식임이 드러난다. 그러나 ‘무지개 저편 어딘가’에 있을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 대한 소년의 꿈이 현실의 토악질을 뒤집어쓰는 순간, 예술에 대한 그 욕망은 돌파하거나 도피할 수 없는 현실의 엄연한 실재를 목도하게 될 뿐이다. 안정적인 연출과 흥미로운 모티브들이 이목을 끄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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