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화면에서 젊은 여인은 카메라를 보면서 호텔방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 호텔 주인 제베르체는 카메라를 향해 호텔에서 살아온 자신의 3대 가족사를 줄줄 외다가 그런데 당신은 다시 온다고 약속했지만 우리는 이름조차 모르고 헤어졌다고, 첫 장면의 여인에게 혼잣말을 한다. 그는 여인을 기다리며 여인이 머물던 방에서 그녀와의 재회를 꿈꾸며 여인이 쓰던 소품들에게 말을 건다. 그는 밤거리를 돌아다니며 잔인한 닭싸움, 권투싸움을 구경하고 동성애자의 유혹에 주춤거리다 호텔에 돌아와 잠자는 청소부에 섹스를 강요한 뒤 목 졸라 죽이고는 고양이를 죽여 밖에 내버린다. 끝에 가서 제베르체는 호텔을 닫고 전홧줄을 끊은 뒤 (시간)바퀴를 돌리면서 호텔 벽에 걸린 어머니 사진 위에 기다리던 여인의 모습을 겹쳐 하나로 만든다. 그리고는 여인의 방에서 목매어 죽는다. 외메르 카부르는 80년대 터키영화에 창작의 전환기를 가져온 감독으로 <마더랜드 호텔>은 70년대의 사회 문제를 다룬 영화와는 달리 개인의 삶에 초점을 둔 새로운 경향의 대표적 작품으로서 삶의 불가사의함과 기억과 현실 시간의 부조리, 환상과 현실의 뒤바뀜 등은 그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테마이다. 예를 들어 주인공은 면도를 하다가 콧수염이 달린 자기를 거울 속에서 만나고 이발소 남자는 그를 보더니 콧수염을 깎아서 낫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난 운명의 여인은 어머니에 대한 짙은 그리움의 투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