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부터 1987년까지 10년 가까운 오랜 기간 동안 연재되었던 다카하시 루미코의 원작 만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200편이 넘는 TV판은 물론이고 극장 판으로도 6편이나 제작되었을 만큼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작품이기도 하고,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재패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이 처음으로 명성을 떨친 작품이기도 하다. ‘애니메이션은 실사’처럼 ‘실사는 애니메이션’처럼 만들어온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풍비박산 나는 고등학교를 무대로 다양한 캐릭터들이 벌이는 시끌벅적한 러브 코미디라는 소재도 그렇고 시각적인 느낌도 구식이다. 그러나 ‘언제나 보던 거리와 상점 같은 것들이 어느 날 갑자기 새롭게 느껴지고’, ‘현실과 꿈을 오락가락하며’, ‘나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지는’ 이 작품은 황폐한 도시의 풍경과 함께 오시이 마모루 특유의 세계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해 만들어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와 함께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