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고전 감독들의 영화적 중량감은 무엇보다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노하우에서 파생된다. 그들은 영화의 내연과 외연을 다양하게 실험한 장르의 대가들이었다. 오늘날 할리우드에서 이런 궤도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감독 중 한 명이 바로 제임스 맨골드다. 그는 뉴요커들의 사랑법을 담아낸 <케이트 앤 레오폴드>와 죽음의 게임을 펼치는 스릴러 <아이덴티티>를 거쳐, 컨트리 가수 자니 캐시의 음악적 열정을 그린 <앙코르>로 연출력을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 선택은 놀랍게도 웨스턴이다. 그것도 엘모어 레오나드의 단편을 델머 데이브스가 영화화한 <3:10 투 유마>(1957)를 리메이크 했다. 영화는 악명 높은 무법자 벤(러셀 크로우)이 체포되자, 그를 유마로 보낼 호송대에 댄(크리스찬 베일)이 지원하면서 시작된다. 벤을 탈출시키려는 부하들의 끈질긴 추적을 받으면서도 댄은 꿋꿋하게 임무를 수행한다. 중반부까지는 예전 작품과 거의 차이가 없지만, 새 영화는 녹녹하게 해피엔딩을 선택하지 않는다. 원작이 벤과 댄이 의기투합해 유마 행 열차에 올라타는 것으로 마무리 되는 반면에, 리메이크된 작품에선 댄이 벤의 일당에게 살해당하는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전자가 댄과 아내 엘리스와의 사랑을 그렸다면 후자는 댄과 아들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댄은 영웅심보다는 아들 앞에서 떳떳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 기꺼이 목숨을 바친다. 스타일리시한 웨스턴의 비장미에 버디 무비의 경쾌함을 첨가한 수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