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에 기초한 영화 <질주>는 아드레날린이 샘솟는 액션영화이다. 이 영화는 플롯보다는 은행을 터는 절묘한 기술, 끝없는 달리기, 추격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거듭 보여주는 미니멀리즘적 이상에 충실한 작품이다. 요한은 모범수로 감옥에서 막 출소한 후, 지역의 기록을 갱신하는 신성 마라토너이자 총을 든 복면강도로서 이중생활을 영위한다. 그에게 마라톤은 은행 강도를 지속하기 위한 수단인 것처럼 보이나, 그의 다리와 심장은 달리기가 주는 쾌감에 중독되어버렸다. 어느 누구도 추격할 수 없을 정도로 가장 빠른 사내가 된 그는 별다른 목적 없이 은행을 턴다. 그와 사랑을 나누는 여인 에리카의 애원도 소용이 없다. 사랑을 지키기 위한 여인의 결단의 순간과, 철통같은 삼엄한 포위망도 뚫어버리는 그의 능력이 눈부시게 펼쳐지는 순간은 영화의 정점을 이룬다. 끊을 수 없는 은행 강도짓, 우발적인 살인, 끝없이 달려야만 존재감을 확인하는 사내의 심리에 대해 알려주지 않지만 영화는 보는 자의 시선을 놓지 않으며 심장을 뛰게 하는 풍성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주인공의 등을 빠르게 따라가는 역동적인 카메라, 익스트림 롱 쇼트로 보이는 아름다운 비엔나의 풍광, 화려한 음악의 선율은 자유를 갈구하며 달리는 한 인간의 고통스러운 내면을 담는 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