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더미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재난의 흔적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의식과 무의식, 삶과 죽음의 끈적끈적한 경계에 인간들이 얽혀있다. 한 명 한 명을 비추는 카메라. 주먹을 움켜쥐는 사람, 눈꺼풀을 때려대는 사람, 이웃을 위해 눈물을 흘리는 사람 등 “이것이 무슨 상황인지” 궁금케 만드는 기괴한 이미지가 차례차례 보여진다. 귀신처럼 떠다니는 사운드는 끊임없이 들려오며 화면과 비선형적 조화를 이룬다. 50여 명의 인물들과 소리는 거대한 유기체가 되어 관객에게 말을 걸고 있다. 이것이 당신들이 살고 있는 지구의 모습이라고, 과연 어떠하냐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