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프 샤힌의 <선택>은 해답이 줄곧 명백하면서도 그것이 끊임없이 부인되는 살인 미스터리극이다. 내러티브는 매 순간마다 스스로를 부인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스크린 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모든 설명을 거부하도록 만들고, 리얼리티의 재현이라는 영화적 요구와 영화 언어에 대해 질문을 제기한다. <선택>은 영화에서의 서술의 과정과 리얼리티의 지위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자, 의미를 찾고 구축하는 관객의 역할과 더불어 영화 제도 및 예술을 향해 현미경을 들이대는 영화다. 1967년 이스라엘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이집트는 민족적 자기 회의와 혼란의 시기로 접어들었다. 샤힌의 말에 따르면 이 시기에는“명확하고 응집력 있는 스토리를 전달하기가 어려웠다. 무엇인가 옳지 않은 것이 존재했기에 사람들은 분열증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매우 지치고 혼란스러웠으며 영화 역시 그렇게 구성될 수밖에 없었다.”그렇다면 사회의 자아상의 붕괴야말로 <선택>의 주제라 할 수 있다. 샤힌의 이미지들은 텅 빈 공간에서 출현하고 또 그러한 공간을 요청하는데, 이 공간은 내러티브의 지속을 긍정할 것인지 부정할 것인지“선택”해야 한다는 요구에 마주한 관객의 공간이다. 우선 이 선택은 스토리 상의 쌍둥이 형제, 즉 성공을 거두었으나 고통을 겪고 있는 소설가 사이이드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선원 마흐무드 사이에서 이루어진다. 이들은 이중의 역사, 양립할 수 없는 사회 조직, 양 갈래로 갈라진 미래의 행로를 나타낸다. 이 점에서 <선택>의 드라마는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알레고리가 된다. 다른 한편으로, 여기서 관객이 내려야 하는 선택은, 리얼리티의 상호주관적 속성 및, 타인의 시각에서 부여되는 승인 없이 한 개인에게 안정적인 정체성이 귀속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끊임없이 바뀌는 외양에 기초한 <선택>의 미장센은 통합의 부재를 보여주는 미장센으로, 그 안에서 정체성이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획득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