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아프리카 침공의 교두보로 유명했던 탕헤르, 이제 이곳은 특유의 자유롭고 모험을 부르는 이미지 덕분에‘예술가의 도시’라 불린다. 영화 <탕헤르의 유령들>은 잉그리드 버그만이 출연한 <카사블랑카>(1942)를 비롯해 오손 웰즈의 <미스터 아카딘>(1955) 등 탕헤르를 담은 다양한 장면들과 함께 시작된다. 주인공은 둘이다. 하나는 영감을 찾아 프랑스에서 온 작가이고, 다른 하나는 남부 모로코에서 돈을 벌기 위해 올라온 12세의 소년이다. 서로 깊은 연관을 맺진 않지만, 이들은 종종 스치면서 한 화면에 담긴다. 하지만 둘의 지향점은 사뭇 다르다. 작가는 도시에 대한 과도한 사전정보를 가졌는데, 실제로 접한 현실과 이상의 괴리 사이에서 힘들다. 한편 소년에게 이곳은 벗어나야 할 구렁텅이다. 그에게 탕헤르는 오직 지브롤터 해협을 건너기 위한 진지로 생각될 뿐이다. 이 둘의 캐릭터를 교차하며 영화는 신화적인 이미지로만 존재하던 한 도시의 진정한 의미를 재발견하게 만든다. 다큐멘터리적인 화면에 대한 코자린스키의 심오한 이해도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지역의 실체에 근접한 이미지들이 화면 곳곳에 담겨, 실제로 북아프리카를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주인공이 그러했던 것처럼, 카페에 앉아 달달하고 상쾌한 ‘모로칸 민트티’ 한잔을 마시는 듯 느낄 수 있다. 장 주네와 제인 보울스, 윌리엄 버로스를 비롯한 유명 작가나 푸코와 롤랑 바르트 등 사색가에 대한 역사적 잔해를 찾아내는 일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