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에트 사회주의의 종언과 함께 민주주의의 씨앗이 된 페레스트로이카. 러시아의 체제, 정치, 경제, 사회 분야에서 광범위한 변화를 낳은 대사건을 다룬 <더 이벤트>는 이 전환기적 현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기록한 파운드 푸티지 필름이다. 세르게이 로즈니차는 당시를 기록한 아카이브 필름들을 통해 격변의 시기를 회고한다. 영화는 성 페테스부르그를 8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흑백 필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르바초프에서 옐친으로 권력이 이양되는 시기에 레닌그라드 광장을 가득 메운 인민들과 그들의 목소리, 체제 전환의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민중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군대는 발포를 거부하고, 소비에트 체제는 과거의 유산으로 돌아간다. 세르게이 로즈니차 다큐멘터리의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더 이벤트>는 현장에 밀착하여 역사의 순간들을 가감 없이 기록한다. 혁명 이후 20여년이 지난 지금 왜 이러한 되돌아보기가 필요한가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은 보는 이들의 몫이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