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16일. 잊힐 수 없는 이 날에 시간이 멈춘 사람들에 관한 3색 연작이다. <봄이가도>는 장준엽, 진청하, 전신환 감독이 독립된 스토리를 연출하고 각 스토리가 느슨하게 연결되는 구조로 플롯을 짰다. 세월호로 잃은 딸을 그리워하는 엄마, 트라우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잠수사,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남자의 무망함을 좇아 ‘그 날 이후’를 재구성한다. ‘세월호’를 다큐멘터리로 다룬 기왕의 시도들과 달리 드라마 형식을 띤 희소한 사례이다. 각각의 스토리는 하루의 시간으로 설정되어 있고, 챕터들 사이에 자막이 삽입되어 있다. 애도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이 자막을 제외하고 <봄이가도>는 온전히 세월호 참사의 상처와 상실감을 환기하는 것에 바쳐진다. 판타지, 심리 드라마, 멜로의 꼴을 하고 있지만, 이들을 관통하는 것은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이다. 따라서 희생자에 대한 애도보다 남은 자들을 향한 위로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는 거대한 슬픔에 직면한 뒤에도 삶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을 격려한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