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의 시점은 극좌파의 행동원으로 15년을 보낸 감옥에서 도망친 브루노에게로 옮겨진다. 수감 중인 동료들을 구출하고 민중을 해방시키려는 싸움을 홀로 지속하려는 그의 심리를 따라 영화는 스릴러처럼 긴박감 있게 진행된다. 브루노를 축으로 새롭게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은 1부에서 지나쳤던 순간의 단면들을 다시금 재구성해 보인다. 도망치는 브루노와 그를 쫓는 파스칼, 브루노의 옛 여인, 위기의 순간에 우연히 브루노와 마주치는 아네스, 모두가 폭발할 것 같은 긴장감을 안고 교차한다. 브루노의 무정부주의적 신념과 행동은 사회적 맥락에서 이해돼야 할 주제의 무게를 남기지 않는다. 그것은 단지 숨겨진 관계의 얽힘 속에서 간과된 순간의 진실을 추적하는 리듬을 만들기 위해 구상된 무엇처럼 보이기도 한다. 행동의 원인을 설명하고 그것을 주제처럼 환기시킬 여유가 이 영화에는 없다. 1부에서 보았던 24시간의 또 다른 단면을 좇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