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적인 일상으로부터의 도피를 꿈꾸는 인간의 본능을 다룬 심리 드라마. 파리로 출장 온 미국인 컴퓨터 엔지니어 게리는 공항 인근 호텔에서 별안간 존재론적인 고민에 빠진다.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근원을 알 수 없는 질문에 답을 내놓지 못하는 게리는 자신의 방을 청소하러 온 호텔 청소부 오드리와 우연히 스친다. 그저 지나치는 관계처럼 보이지만, 삶의 이유를 찾는 두 사람은 새장을 벗어난 새처럼 파리의 공항 호텔에서 자신의 삶의 반경을 벗어나 활강한다.

비즈니스 여행자와 객실 청소부의 운명적인 교차를 다룬 이 공상적 이야기는 서로 다른 삶의 좌표 위에 놓인 두 사람을 하나의 줄기로 꿴다. 한 사람은 무분별하게 펼쳐진 운동 궤도를 멈춰세우고, 다른 이는 반복적이고 정체된 삶의 굴레로부터 이탈하기 위해 상상의 힘을 빌린다. 두 인물의 성찰의 궤적은 갇힌 삶과 탈주하는 삶으로 교차하지만, 손을 맞잡게 된다. 파스칼 페랑은 도착과 떠남의 장소인 공항을 배경으로 삶을 성찰하게 하는 아름다운 우화를 만들어냈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