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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콜렉숀: 익숙한 미디어의 낯선 도전

KBS 콜렉숀: 익숙한 미디어의 낯선 도전

전주국제영화제는 동시대 영화예술의 대안적 흐름을 소개하고 다양한 담론을 제기해 왔다. 지난해에는 전시와 VR시네마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적인 영화 상영 형식을 탈피하고 예술매체로서 ‘영화의 확장’을 시도한 바 있다. 올해 21회를 맞는 전주국제영화제는 급변하는 미디어 플랫폼 시대에 영화제가 제시할 수 있는 역할과 대안에 대한 질문을 바탕으로 스페셜 포커스 ‘KBS 콜렉숀: 익숙한 미디어의 낯선 도전’을 기획했다. 작품을 본다는 행위에 집중하기보다 익명의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영화를 관람하고, 감독과 제작자가 그 작품의 사회적·정치적·문화적 함의를 함께 나누는 ‘공동체 경험’을 통해 그 실마리를 찾아보고자 한 기획이다.

<다큐 인사이트- 아카이브 프로젝트 모던코리아>는 2019년 하반기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KBS 채널을 통해 총 여섯 차례에 걸쳐 방송된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다. 관습적인 TV다큐의 상투성을 벗은 이 시리즈 다큐멘터리는, KBS 창립 이래 축적해 온 방대한 양의 아카이브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 한국 사회의 주요 쟁점을 다양한 층위로 재구성하고 있다. 또 각 편의 주제가 갖고 있는 역사적 무게감으로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풍자적 이미지와 기발한 구성으로 돌파해 경쾌함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 방송 사고가 아니면 보여지지 않을 방송 송출 전/후의 모습을 공개하고, 사소해서 버려지던 장면을 전면에 드러내며 관객에게 미시사와 거시사의 관계를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또 출연하는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를 재배치해 시간을 연결하고 드라마, 예능, 뉴스 등 다양한 장르의 이미지를 혼합하며 서사를 구성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시간의 경과 후 우리가 마주하는 감정이 의미하는 바를 정면으로 마주보고자 하는 사유의 시도는, 이 시리즈의 섬세함과 대담함을 단적으로 증명한다. 김기조 디자이너의 과감한 타이포그래피와 DJ 소울스케이프가 작곡한 레트로 풍의 음악이 함께 만들어내는 각 작품의 ‘스타일’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장기 상영회를 통해 스크린에서 공개될 이번 스페셜 포커스에서는 <모던코리아> 시리즈 제작진을 초대해 작품 준비 과정과 경험을 함께 나누는 시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 자리는 한국 사회의 실체를 살펴보려는 구체적인 노력의 하나로, 관객과 제작진이 직접 만나 깊은 층위의 시민 대화를 이끌어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글_문성경 프로그래머

프로그램 1_정치와 스포츠

‘KBS 콜렉숀: 익숙한 미디어의 낯선 도전’에 소개되는 6편 중 <우리의 소원은>과 <왕조>는 상징과 은유, 파편화된 이미지를 조합한 몽타주 등을 사용해 가장 영화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는 작품들이다. 공영방송만이 보유할 수 있는 푸티지를 이용해 우리 사회가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전환되는 과정을 생생히 회고한다. <우리의 소원은>은 대통령 저격 미수 사건의 총성으로 시작해 악몽에 시달리는 청년이 알람 소리에 깨는 장면에서 끝나는 구성으로, 비합리적인 세상이 끝나고 약동하던 시기에 정치적 주체로 깨어나는 시민의 변화를 강렬하고도 압축적으로 묘사한다. <왕조>는 ‘야구’라는 은유를 통해 5·18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지역적 트라우마가 스포츠로 대치되는 과정을 비춤으로써 시민들의 정치적 열망을 역설한다.

프로그램 2_성공신화의 붕괴

아카이빙 자료를 이용한 ‘모던코리아’ 시리즈의 가장 현재적인 프로그램으로, ‘죄책감과 용서’라는 도덕적 질문을 미디어라는 매체를 통해 풀어 보려는 시도다. <대망>은 군사정권의 흔적 아래 자기희생을 강요당하며 국가의 성공이 개인의 성공이라 믿었던 소시민들의 ‘성공신화’가 무너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경제라는 제재(題材)로 연결된 <시대유감, 삼풍>에서는 사람보다 돈이 중하던, 어떤 과정을 거치더라도 더 많은 수익만을 최고의 가치로 삼던 사회에 내려진 벌을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감당하는 사람들을 찾아간다. 이 프로그램은 정치와 경제적 혼란기를 지난 후 한국 사회에 여전히 남아 있는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바라보려는 용기이자, 시스템이 해결해 주지 않는 상처를 보듬으려는 자그마한 손짓이다.

프로그램 3_상승 추구(극성의 시대)

한국 사회의 압축적인 경제 성장은 신분 상승의 판타지를 강화했지만 동시에 계급 분리를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잘살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믿음은 현생에서 극성을 부리며 죽도록 노력하고, 사후의 삶을 위해 종교까지 관리하게 한다. 혹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이 생을 마감하고 편안해지고 싶은 마음에 이단 종교에까지 발을 들이도록 만든다. <수능의 탄생>에서는 상승 욕구로 인해 경쟁 사회의 극단을 달리고 있는 한국 교육제도의 변화를 되짚어 보고, <휴거, 그들이 사라진 날>에서는 이단 종교에 빠진 이들을 관찰해 방황하는 인간의 마음을 현혹하는 두 가지 요소를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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