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한국경쟁] 전주발 상반기 개봉작 <비행><이장><파도를걷는소년>
2020-03-06 17:00:00Hits 1,774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REVIEW


탈북자들의 삶을 다룬 근래의 한국영화들 가운데 <비행>은 가장 어둡고 비참한 버전의 스토리를 소개한다. 범죄 장르 영화의 경계에 갇히지 않는 날 것 그대로의 소재를 전하는 듯한 기록 영화적 질감으로 피할 수 없이 막다른 골목으로 치닫는 사람들의 절망을 냉정하게 응시한다.

<이장>의 등장인물들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가난과 전근대적 인습의 찌꺼기로부터 고통받고 있고 그것들을 돌파할 만한 현재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각자의 삶에 짜증을 내면서 거울과도 같은 다른 가족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한다. 그들은 지속적으로 다투고 할퀴지만 역설적으로 그 과정에서 그들 각자의 존엄을 긍정한다.

<파도를 걷는 소년>은 대구를 무대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DJ의 절망을 다뤘던 <내가 사는 세상>은 주제의 직설성이 주는 효과 외에도 대구라는 도시 내부의 특정 지형을 담는 접근법이 인상적인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