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쿠로프의 목소리>는 러시아의 시네아스트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역경에 찬 생애와 작품세계에 관한 실증적이고 명상적인 기록이다. 핀란드 영화감독 레나 킬펠레이넨의 이 흥미로운 다큐멘터리는 적절하게 취사 선택된 영화 클립과 꼼꼼한 인터뷰, 자료들을 통해 한 예술가의 영화, 문화, 정치에 대한 철학을 차분히 이야기한다. 예술에 대한 통제가 극심하던 러시아에서 작품활동 초기에 감내해야 했던 고초, <모로흐>와 <타우루스>, <태양>, <양>, <파우스트> 등의 작품을 계기로 한 권력, 검열과의 투쟁, 푸틴 치하의 현재까지 유효한 그 영향력, 후원자였던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와의 관계 등 포괄적인 주제가 소쿠로프의 ‘목소리’를 통해 확인된다. 소쿠로프의 작업방식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 대신 킬펠레이넨 감독은 5년 이상의 시간을 들인 인터뷰를 통해 원숙한 감독의 성찰의 방식을 엿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장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