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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의 카메라는 종종 무언가에 이끌리듯 길바닥의 사람들을 향한다. 골목의 취객을 찍다가 붉게 그을린 사진은 집에 불이 난 탓에 친구 집을 전전해야 했던 감독 자신의 기억으로 이어지며, 영화는 소속 없이 방랑했던 감각으로부터 ‘이국적’인 오키나와의 역사를 환기한다. 곳곳에 미군 부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오키나와는 여기도, 저기도 아니면서 섬 전체가 부유하는 현기증을 겪는 장소다. 사진과 기억, 역사를 오가는 일련의 연결은 어디에도 위치 지어질 수 없다는 불확정적인 상태를 공유하는 존재들의 느슨한 연합을 구성한다. 필름의 그을린 자국은 화재로 망가진 사당동 옥탑방과 슈리성, 즉 사적 기억과 역사가 교차할 수 있는 자리다. 그러므로 이 영화의 붉은 색은 ‘자리 없음’의 통증을 말없이 증언하는 물리적인 상흔이기도 할 것이다. (김예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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