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인 분류에 따르면 허젠준은 6세대의 온건한 거부파이다. 다양한 스펙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6세대 감독들은 탈 이데올로기화되고 산업화된 도시의 일상이 삶의 근본적 조건으로 들어선 1990년대 중국의 대도시를 배경으로 영화 작업을 한다. 그래서 도시의 인간관계의 본질을 소시민의 시각에서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고찰해온 이들의 기법을 도시 리얼리즘이라 말하기도 한다. <나비의 미소>는 6세대 도시 리얼리즘의 전형적인 작품이다. 모델이자 패션 디자이너인 멩싱의 사진을 몰래 찍어온 강핑은 그녀가 사람을 치고 도주하는 현장을 포착한다. 사람은 자기가 한 일을 책임져야 한다는 그의 신념과 달리 그의 카메라에 담기는 북경의 모습은 이기적이고 환멸스럽다. 마지막 장면, 멩싱의 자수에도 불구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순간의 주된 정서는 우울함 혹은 비루함이다. 특이한 것은 영화 전반에 걸쳐 묘한 불 균질성이 느껴진다는 점인데 전반적인 리얼리즘 영상에도 불구하고 영화에는 빈번히 추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이미지들이 삽입된다. 나비처럼 쇼를 하는 멩싱의 이미지, 강핑의 눈에 포착되는 북경의 이미지는 현실을 초월한 쇼 윈도우 속의 이미지로 추상화된다. 사건을 해결하는 내러티브의 주도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강핑은 번번이 도시의 이질적인 이미지에서 튕겨나가 어둡고 칙칙한 현실 속에 처박힌다. 이는 그가 재현하는 소시민 계층이 이 거대한 도시의 화려한 시뮬라크라로 부터 추방된 국외자라는 사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