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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시네마

Korean Cinema

올해 코리안시네마 상영작은 장편 20편, 단편 15편에 박세영 감독 미니 특별전에서 상영하는 장단편 9편까지 더하면 모두 44편이다. 비경쟁으로 출품된 영화들 또한 경쟁부문 출품 영화들처럼 다큐멘터리가 강세를 보였고 극영화는 다소 부진했다. 다큐멘터리의 약진은 놀라웠다. 2024년 연말의 내란 사태가 촉발한 민감하고 예민한 사안을 다룬 작품부터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에 이르기까지 이들 다큐멘터리가 다룬 소재는 다양했다. 성매매 집창촌 철거 문제부터 1980년 광주항쟁 당시 저항했던 고등학교 이야기까지, 인권 문제에 앞장서는 록 밴드 이야기부터 한때를 호령했던 재일교포 프로야구 선수의 삶까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안시네마에서 선보이는 다큐멘터리는 한국 사회를 거시와 미시의 눈으로 훑어보았다.
<서울의 밤>은 MBC 『PD수첩』 팀이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2024년 12월 3일 밤 국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수십 대의 카메라로 잡아낸 그날 밤의 모습은 그 결과를 이미 알고 있음에도 가슴 졸이게 만들 정도다. 이 영화는 그날 밤의 내란 사태를 1980년 광주와 비교하면서 자칫하면 벌어질 수도 있었던 비극의 가능성을 상상하게 만든다. <할매꽃>(2007), <용산>(2010) 등을 만들었던 문정현 감독의 <비대면의 시간> 또한 내란 사태를 포함하지만 보다 넓은 공간과 시간을 다룬다. 갈수록 혐오라는 함정 속에 빠져가고 있는 한국사회의 실체를 보여주려는 이 영화는 시간적으로 박근혜 탄핵부터 윤석열 파면까지의 시간 안에서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다양한 시선을 통해 드러낸다. <졸업앨범: 선생님을 기다렸다>는 다른 시간대에 벌어졌던 내란 사태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룬다.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가 광주를 짓밟았다는 소식이 전주까지 들려오자 신흥고등학교 학생들은 목숨을 건 가두시위를 계획한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닥칠 비극을 막기 위해 온몸을 던져 이를 막으려 한다. 이 영화는 당시 벌어졌던 일들과 이때 감정적으로 멀어졌던 학생들과 교사들이 오랜 세월이 지나 다시 만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사회의 다양한 고통에 주목하는 다큐들도 인상적이다. <사랑, 우린 멀리 이곳에>는 영등포역 부근 쪽방촌에서 28년 동안 가난하고 병든 이에게 무료 진료를 해오던 요셉병원이 도심 재개발로 이주하는 과정을 담아낸다. 낮은 자세로 헐벗은 사람들을 돌보는 의료진과 수녀, 그리고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자의 모습이 큰 감동을 주며 진정한 의료인의 가치를 되묻게 한다. <관리처분계획—미아리 텍사스 편>은 <깃발, 창공, 파티>(2019) 등을 연출한 장윤미 감독의 신작으로, 소위 '미아리 텍사스'라 불리던 성북구 신월곡 지역 재개발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이 영화는 무언가를 강력하게 주장하기보다 그곳에 머물던 사람들의 입장과 상황을 가슴에 와닿게 드러낸다. 또한 재개발이라는 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다채로운 소재를 다룬 다큐멘터리도 존재감을 보여준다. <부모 바보>(2023), <인서트>(2024) 등을 연출한 이종수 감독의 실험성 다분한 작품 <나타 근영>은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혼합물로, 나타라는 별명을 가진 한 청년의 일상을 보여준다. 어딘가에 영구히 깃들려기보다는 계속 이주하면서 노마드적으로 살아가려는 그와 동료들의 나날을 보여줌으로써 대안적인 삶의 실체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장명부, 현해탄의 낙엽>은 한국 프로야구 초창기에 선풍을 일으켰던 재일교포 선수 장명부의 삶을 추적하는 영화다. '너구리'라는 별명으로 프로야구계를 잠시 들썩이게 한 선수 정도로만 기억되던 장명부의 처절한 인생과 비극적인 마지막 나날에 관한 이야기가 그의 동생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다. <비커밍 킴>은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독일 여성 영화감독 수잔나가 자신과 가족의 삶을 담은 사적 다큐멘터리다. 13년 전 한국 남자에 반해 결혼을 했으나 연애할 때와 전혀 다른 남편의 모습에 실망하면서도 새로운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온갖 애를 쓰는 수잔나의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지만, 곳곳에 흐르는 유머 덕분에 큰 부담감 없이 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막론하고 올해 출품작 중 두드러지는 점이 있다면 그것은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올해 코리안시네마에 선정된 음악 관련 영화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한 편씩으로, 우선 다큐멘터리 <음악만세>는 록 아티스트 단편선의 삶을 보여준다. 그의 밴드 '단편선 순간들'은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앨범 『음악만세』로 최고상인 올해의 음반상과 최우수 모던록 음반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면서도 각종 집회 현장과 토론회를 가리지 않으며 '음악적 실천'을 펼치고 있는 흥미로운 존재다. 한편, 극영화인 <7 Days 7 People>은 홍대 로커 진화가 7년간 사귀던 여자친구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으면서 일주일 동안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는 일종의 로맨스 영화. 실제로 인디밴드 호아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임진화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다양한 노래로 감정을 진하게 전한다. 최근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로 각광받는 서은수를 비롯해 전석호, 유재명, 정일우 같은 출연진도 눈길을 끈다.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이미 존재감을 드러냈던 중견급 감독의 신작도 주목할 만하다. 5회 영화제 개막작 <가능한 변화들>(2004)과 18회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부문 상영작 <천화>(2017)를 연출했던 민병국 감독이 오랜만에 <허망에 관하여>로 다시 전주를 찾는다. 30년 만에 히말라야에서 발견된 연인의 시신을 마주한 중년 여성과 성공을 갈망하며 욕망을 분출하는 데 몰두하는 젊은 남성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묘사한다. 5회 영화제에서 단편영화 <사랑하는 소녀>(2003)로 전주와 인연을 맺기 시작해, <폴라로이드 작동법>(2004) 등 여러 편의 단편을 선보였고, 17회 한국경쟁 부문에 <최악의 하루>(2016)를, 18회에는 카르트 블랑슈 부문에 <더 테이블>(2016)을, 그리고 20회에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로 <아무도 없는 곳>(2019)을 선보였던 김종관 감독의 <흐린 창문 너머의 누군가>도 상영된다. 김종관 감독이 사랑하는 공간인 서촌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바뀌어가는 계절 속에서 여러 인물의 짧고 다채로운 사연이 담긴 이야기를 엮어낸다. 24회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선정작인 <숨>(2025)의 윤재호 감독도 새로운 극영화 <남겨진>을 내놓았다. 음주와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와 각기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는 세 남매 이야기를 통해 무너지고 있는 한 가족의 초상을 조망한다. 배우로만 기억하기 십상이지만, 20회 영화제 코리아 시네마스케이프 상영작 <아직 안 끝났어>(2019)를 포함해 이미 6편의 장·단편 영화를 연출한 '중견' 유준상 감독의 신작 <미트 세이비카> 또한 전주를 찾는다. 한 여성이 아주 먼 곳에서 온 신호를 받고 신비한 일을 겪게 된다는 일종의 판타지 영화다. 19회 영화제 한국경쟁 대상을 받은 <성혜의 나라>(2018)를 연출했고 이후 <앙상블>(2019), <페르소나: 이상한 여자>(2023), <영화로 만들려고>(2024) 등을 통해 전주와 인연을 이어왔던 정형석 감독도 <필링>을 들고 온다. 이태원 참사로 아들을 잃은 뒤 온전하지 못한 정신으로 살아가는 택시기사와 배우로 성공하기를 꿈꾸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13회 영화제 한국경쟁 대상 수상작 <잠 못 드는 밤>(2012)을 연출한 장건재 감독도 신작 <지축의 밤>을 선보인다. 눈 내리는 장면을 담기 위해 한 지하철 역 부근에서 촬영 중인 두 영화팀의 이야기로, 영화 안과 밖에 새겨진 사랑의 그림자를 따라간다. 전주국제영화제와 직접적인 인연은 없지만 <앵두야, 연애하자>(2013) 등을 연출한 정하린 감독도 <러닝타임은 77분>으로 전주를 찾는다. 지난해 전주프로젝트 워크인프로그레스 선정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10년째 자신의 영화를 찍지 못하고 있는 감독을 주인공으로 삼는 유쾌한 코미디다.
주목할 만한 장편 데뷔작들도 있다. 김지현 감독의 <이상 가족>은 레즈비언 부부가 다툼을 거듭한 끝에 이혼을 결정한 뒤 입양한 두 딸과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김다솜 감독의 <현재를 위하여>는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던 소녀가 실종된 딸을 찾고 있는 여성을 알게 되면서 자신의 집에서 탈출하기 위해 애쓴다는 이야기다. 지난해 도쿄국제영화제 아시안 퓨처 부문 작품상을 받은 노영완 감독의 <후광>은 가족들의 삶을 꾸리기 위해 온갖 일을 해야 하는 청년의 고달픈 삶을 처절하게 보여준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최근 들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박세영 감독의 작품을 소개하는 미니 특별전 '박세영, 모든 것은 영화가 된다'도 준비했다. 이 행사는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광고나 뮤직비디오, 홍보 영상 등을 만들면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놓치지 않고 관철해 온 그의 영화들을 돌아보고, 영화에 대한 그의 생각을 깊이 있게 들어보기 위한 자리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그의 단편영화들과 지난해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상영된 <지느러미>, 가야금 연주자 조선아와 함께한 <라 플랑트 당상트 드 데자스트르>, 그리고 이번에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특근>까지 선보일 예정이다. (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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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시네마 단편 1

코리안시네마 단편 2

코리안시네마 단편 3

코리안시네마 단편 4

미니 특별전: 박세영, 모든 것은 영화가 된다